[인포뉴스] "다시 돌아보는 아이티"
2010-04-23
다시 돌아보는 아이티’를 주제로 한 더프라미스 ∙ 메디피스의 ‘4월 좋은 강의’가 4월 14일 템플스테이종합정보센터에서 열렸다. 메디피스는 지난 2월 1일부터 2월 19일까지 자체 선발대를 아이티에 파견하였으며, 정부 파견단과 대한의사협회 의료팀 소속으로 긴급구호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더프라미스는 조계종 의료봉사단과 함께 1월 30일부터 2월 12일까지 현지에 머물렀다. 이번 강의는 당시의 아이티 긴급구호 활동을 돌아보고, 한국긴급구호활동의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더프라미스 묘장스님]
더프라미스 묘장스님은 아이티 현지에서 의료 센터를 열고, 동국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활동했던 것을 소개하는 한편, 국가구호체계와 민간구호체계, 현지구호체계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정리해서 발표했다. 묘장스님은 “국가는 외교를 통해 사업현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민간구호의 체계적 역량결집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3개월동안 상주하며 준병원시설을 만들어 활동한 독일의 사례와, 한국의 119가 20kg 수하물 규정 때문에 지원도구를 제대로 못 가져간 사례를 비교하여 소개하며,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했다.
[더프라미스 묘장스님]
스님은 이어서 “민간구호는 현지NGO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방법을 모색 ∙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일정량의 쓰레기를 주워오면 돈을 주는 ‘cash for work’라는 사업을 추진한 대만 NGO의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지원에 한정된 한국 NGO의 긴급구호활동이 좀 더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지구호단체들은 지역정보를 공유하고,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며, “국가 ∙ 민간 ∙ 현지구호체계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제대로 된 긴급구호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피스 김정환 전문위원]
2005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의 긴급구호활동에 참여했던 메디피스의 김정환 전문위원은, 메디피스 긴급구호단의 구성과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메디피스의 긴급구호단은, 긴급상황이 생겼을 때 즉시 연락 가능하고 모집할 수 있는 20명 정도의 의사, 간호사, 약사, 행정요원 등으로 구성된 ‘의료지원팀’ ∙ 한국형지원모델, 장기적 긴급구호, 현장의 정황을 기반으로 활동의 틀을 세우기 위한 ‘연구조사팀’ ∙ 피해 현장 아동에 대한 정서적, 의료적, 교육적 지원을 담당하는 ‘아동지원팀’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고 놀이치료와 장기치료를 진행하는 ‘정신건강지원팀’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메디피스는 긴급구호활동과 관련된 국제적인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ERU(Emergency Response Units:긴급구호대응)교육을 이수하고, 한국에 맞는 프로그램 모듈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김 전문위원은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긴급구호 상황을 정리하여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긴급구호 국가지원과 준비 시스템이 미흡하고, 민관의 단일화된 의사소통의 채널이 부족하며,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각의 단체들이 ‘라면박스’에 20kg 미만의 짐을 서둘러 챙겨 떠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되,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과감하게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디피스 고은경 전문위원]
다음 발표를 맡은 메디피스의 고은경 전문위원은 아이티 긴급구호활동에 참여하며 느꼈던 바와 제안하는 바를 발표했다. 고 전문위원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의료구호활동, 의료진의 단기파견으로 인한 업무의 단절, 체계(full-set)없는 의료활동의 한계, 기초보건서비스 향상의 필요성, 여성질환에 대한 치료지원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의료구호활동을 위한 체계(full-set)란, 의료진/의료장비/의약품, 체류시설의 안정성, 식량 및 식수, 의료진에 대한 서비스제공자가 온전히 갖춰진 상태를 말한다. 한편, 고 전문위원은 의료적 관점의 국가편람을 구축하여, 현지의료정보/병원네트워크/의료풍습/평소에 자주 쓰이는 처방법/진료주의사항/인접국정보/교통편 등을 재해 빈번 발생지역을 우선적으로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3달 이상이 지나고, 어느덧 아이티와 한국의 긴급구호활동에 대한 논쟁들은 다른 이슈들에 묻혀 사그라들고 있다. ‘4월 좋은 강의’는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의 긴급구호활동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한국긴급구호에 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티 경험을 통해 개별 단체들은 산발적인 구호활동 보다 협력을 통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구호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공통의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나가는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인포뉴스 김소연 기자 bright@inp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