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일] 신나희와 메디피스의 베트남 고엽제 피해 아동 돌보기 프로젝트
졸업과 취업에 대한 부담도 감수해가며, 도와주는 베트남 학생들이 고맙다는 그녀 자신도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임을 잊은 것일까. 아직까지 베트남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하는 거죠. 잘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가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죠. 그리고 방학 때 한 번 다녀오고 마는 일회성 활동은 말도 안 되자나요. 정말 마음이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준비 단계부터 끝난 이후까지 전체적으로 참여해야죠. 물론 전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 상태라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웃음)”
그렇게 베트남에 다녀온 지 3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메디피스 회원들과 함께 매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겨울에 2차로 방문할 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홍보도 해야 하고, 매주 베트남 학생들이 보내주는 보고서를 보고 그들이 기초를 닦아놓은 재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간 배운 정치학, 보건학에서 유용하게 쓰는 법
“쿠바에 대해 잘 아세요? 쿠바라는 국가는 선진국과 후진국 중 어떤 이미지와 가깝나요?”
4년간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다가 갑자기 보건행정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학생은 흔치 않다. 그래서 ‘정치와 보건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난데없이 쿠바가 튀어나왔다. ‘의료 시스템만큼은 선진국’이라는 쿠바는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고, 가정마다 주치의가 있고, 실력 있는 의사들이 시골에서도 근무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바로 정치라고 설명한다.
“의료ㆍ보건과 정치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미국을 보세요. 영아사망률은 GDP와 전혀 비례하지 않거든요.(미 질병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아 1000명 중 1년 안에 사망하는 수는 7명으로 평균보다 높다.) 이상하지 않아요? 이런 부분을 자세히 보면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러한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보건행정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지만, 사실 병원을 무척 싫어할 정도로 의료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7년 미국에서 몸이 아파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경을 인식한 후 건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사회적인 원인 때문에 치료를 못 받거나 아픈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먼 얘기 같긴 하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겠죠.”
그렇게 제대로 의료 시스템을 바라보고자 그녀는 지금 국제보건포럼(Global Health forum)에서 정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제보건포럼은 서울대 의대, 간호대 학생들로 구성된 국제의료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단체다. “사실 의학을 전공하면서,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예요. 커리큘럼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니까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스스로 ‘마이너’ ‘아웃사이더’라고 농담 삼아 칭할 정도로, 의료 기술 외에 국제의료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보건행정의 첫 발자취에서 그녀는 국제의료시스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개인의 질병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회적인 책임의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가 역시 해답으로 꼽은 것은 ‘정치적인 요소’였다.
“출마하면 뽑아 주실 건가요?”
그녀의 얘기를 듣다보니,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오히려 보건행정보다 직접 정치활동에 참여해야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혜안을 갖췄어도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의미가 없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에 정치를 할 만한 대인배는 아니라며 농담으로 웃어 넘겼지만, 그녀가 토마토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왜 정치를 말하면서 ‘보건행정’을 공부하려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 저를 토마토에 비유하고 싶어요. 토마토를 수학 후 반드시 케첩이 돼야 된다는 생각, 혹은 페이스트가 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생각들은 결국 현재를 무시한 것이죠. 토마토가 조리되어 스파게티의 양념으로 쓰이든, 혹은 모차렐라와 함께 쓰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토마토라는 사실 그 자체죠”
졸업 후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부모님 세대가 좋아는 ‘교수직’ ‘국제기구’ 등은 미래의 수많은 옵션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정 직업명으로 한정시키기보단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이기에, 스스로를 성공지향적이 아닌 발전지향적인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학회에서 일할 수도 있고, NGO도 일할 수도 있고, 있고, 기업에 들어가 자문 역할을 한다던가, 정부에 들어가 정책분야로 일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도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형태를 불문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목적만은 잃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