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청년의사가 만난 사람 Philippe Calain(MD. PhD DTM&H
일자 : 2011-11-01
링크 :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173
메디피스 10월 좋은강의 강연자이자 국제재난대응전문가 과정 강사로도 활동하신 Philippe Calain 박사님의 인터뷰입니다.

Philippe Calain 박사
‘국경없는 의사회 MSF(Medecins Sans Frontieres)’는 국제의료구호 분야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단체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꽤 깊다. 1995년 10월 당시 기근과 전염병으로 신음하던 북한주민에 NGO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들어가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지원했다. 이런 활약 때문에 1996년 우리 정부에서 주는 제3회 서울평화상을 받았으며 3년 후인 199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지난 2000년대 초에는 탈북자 심리 상담과 치료를 위해 4년 간 서울 지부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 탓인지는 모르지만 봉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의사나 의대생 중에서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에게 지난 달 말 열린 제 2기 국제재난대응전문가 과정에 참여한 필립 클라인 박사(Philippe Calain MD. PhD, DTM&H, MSc)의 방한은 꽤 흥미를 끌었을 듯 하다.
MSF 제네바 사무실에서 인도주의적 감시와 실천 조사국(Research Unit on Humanitarian Stakes and Practice)의 Senior Researcher로 일하는 그는 WHO의료윤리 유닛에서는 컨설턴트로, 전염병, 유행병과 공중위생에 관한 감시와 연구에서 윤리적 이슈에 대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View from Field: Ethics in Health Project Development’라는 제목으로 이뤄지는 이번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우리나라 국제재난 대응 전문가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이 강연을 주관한 글로벌 NGO인 메디피스 전문위원이자 의사인 차지호 선생은 “국제 재난 대응 활동에서 윤리적 이슈가 많이 다뤄지지 않는데 닥터 칼라인은 이 분야의 권위자로, MSF가 활동하면서 의료윤리나 그 외 정치사회적 활동에 있어서 높은 윤리적 수준을 유지하는 데 역할이 컸다”고 소개한다. 이번 초청도 메디피스 쪽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 성사된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닥터 칼라인은 한국에 머무른 닷새 동안 다섯 번 강의를 했다. 모시기 어려운 분을 모셨으니 얻을 만큼 얻어야한다는 우리나라 활동가들의 ‘열심’이 반영된 결과랄까.
현장윤리는 평소에 생각해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기고한 경력도 있는 학자인 그는 오래전부터 적십자 등의 국제구호단체에 적을 두고 국제구호활동을 해 왔다. MSF일을 시작한 것은 1999년. 현장 코디네이터, 의학자문으로 참여했고 동시에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감염의학 전공자이지만 바이러스학도 함께 하고 있으며 의대 졸업 20년 만에 국제구호에 필요함을 느껴 영국에서 열대의학, 위생(DTM&H)도 공부했다.
“아프리카에서 일하던 중 인도주의 단체와 일하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져서 이쪽 일을 하게 됐죠.”
그가 매고 있는 노란 오리(나중에 그가 ‘Geese'라고 정정했다)문양 넥타이도 이런 그의 경력을 설명해주는 소품. 한창 SARS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WHO에서 만든 넥타이란다. 이렇게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역에서 의사들 역시 감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환자를 돌보게 마련이다. 이 역시 강의에서 깊게 다룬 내용이다.
구호작업이나 인도주의 활동으로 특별한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선택할 것인지 문제에 부딪칠 때가 있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선에서 보호할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문제부터 누구를 먼저 치료하고 누구를 포기할 것인가 같은 부상자 분류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평상시에 충분히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정립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런 방비 없이 그런 상황에 노출되면 냉철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 나갔을 때 환자와 1대1로 대면할 경우는 많지 않다. 다수의 부상자나 콜레라 환자들이 옆에서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비분쟁지역에서 익숙한 규칙들이 적용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그런 고민을 겪는 것이 당연하고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이 겪은 고민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죠. 새로운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저와 함께 하는 연구자들의 역할은 이와 관련된 교육모듈을 만들어 MSF 스태프을 기본적으로 교육시키고, 자주 겪을 수 있는 여러 윤리적 문제들을 상호작용적인 토론을 통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윤리는 맞고 그름을 구분하는 학문이 아니라 함께 해답을 향해 나가는 거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신 왜 그런 방법을 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겠죠. 그런 연습을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합니다.”
평소 이런 훈련이 되어있는 MSF 회원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제재난대응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전문가들이 모였던 오늘 아침 강의는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죠. 의견을 듣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지적해야 했지만(!) 다들 흥미로운 관점을 갖고 있더군요. 이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이들도 많았고요.”
오래 전 기자가 만난 젊은 의사들 중에는 MSF에서 일하고 싶다며 소속 의사들의 블로그를 드나들며 꿈을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저 혼자라면 모르겠는데 제 신념 때문에 가족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블로그들을 보고 있으면 결혼하기 전에 지원했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라고 했었다. 이 말을 닥터 칼라인에게 전했다.
“하지만 저는 결혼했어요, 하하. 많은 이들이 결혼하고 나서도 MSF에 참가하죠. 위험성은 각자 달라요. 어느 경우는 위험성이 매우 낮아서 어린이들도 함께 할 수 있죠. 인도주의 활동은 재난지역, 위험지역에서 활동 뿐 아니라 HIV연구, 열대질병연구, 소외된 희귀질병 연구도 포함하고 있거든요.”
국경없는 의사회에 가입하려면?
MSF 홈페이지 안내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나 프랑스어를 할 수 있고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스와힐리어, 포르투갈어를 하는 사람이면 더 좋다고 밝히고 있다. 또 나이 제한은 없지만 최소 2년간 전문적인 경력이 필요하단다. 평균적인 업무 기간은 반년 정도지만 특별히 위급한 상황에서, 특히 의료전문가들은 3개월 정도 더 짧은 기간 동안 주어진 미션을 수행할 경우도 있다. ‘Flexibility is a core value in MSF.'
“사실 우리는 의사나 간호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의료 전문가 외에도 다른 전문가들도 환영하죠. 필드에 나갔을 때 의사나 간호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MSF로 오려고 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최소 현지에서 3년 정도 전문 경험을 가진 사람을 원하죠. 열대질병에 관련된 일이 많으니 열대의학이나 기생충학, 공공 보건 등에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특히 필요합니다.”
MSF에 소속된 만여 명의 회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단기간의 프로젝트 완수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상적인 삶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MSF 활동이 더더욱 멀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MSF의 핵심 가치는 ‘Flexibility’, 마음 속에 그리던 꿈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장벽들을 헤쳐 나가면 ‘국경 없는 의사’가 되어 난민들을 도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 ‘국경 없는 의사’이기를 택한 의사들은 모두 일곱 명이라고 한다.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